한국의 자본주의 산후조리, 독일의 개인주의 산후조리

대부분 한국에서는 서양 여자들이 출산 후 몸조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산 당일에 찬물로 샤워하고, 자전거를 탄다든가, 서양 여자들이 무슨 강철 로봇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과연 독일에서는 어떨까?

1.      독일 여성들은 골반이 넓어서, 순풍 순풍 아기를 잘 낳는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한다. 서양 여성 골반이 동양 여성에 비해 훨씬 아이 낳기에 적합한 원형 골반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꼭 필요할 때에만 회음부 절개를 하는데, 아시아 여성의 경우 독일 병원에서도 회음부 절개를 많이 한다. 출산 순간에, 조산사가 “베트남 여자 잘 찢어져 -die Vietnamesen riessen sehr gerne”라고 회음부를 절개했다. (독일에서는 베트남인이 아시아 이민 인구 중 제일 많다.) 아마도 동양 여성의 골반이 더 좁아서, 회음부가 더 쉽게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Q87ZV8c52vA&list=PLB87E9BA351CA39CC

2.      독일에는 산후 조리가 없다?

독일에도 산후 조리라는 개념이 당연히 있고, 출산 후 여성 몸 회복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Wochenbett으로 불리며, 회음부 상처를 돕는 좌욕제 및 오일도 있고, 산후통을 줄여주는 마사지도 있다. 출산 이후 2주는 무조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기 만을 당부하며, 이 때가 남편 부려먹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한다. 출산의 대가로 2주 동안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왕 대접을 받으라는 것. 이 기간 동안, 남편들은 도맡아서 요리, 육아, 산후 조리를 책임진다. 

하지만 한국처럼, 찬 기운을 피하라는 금기 사항이나 산후풍은 없다. 출산 당일에 찬물을 마시기도 하며, 실제로 병원에서 제공하는 아침도 빵 쪼가리에 요거트다. 여름이면 찬물로 샤워하는 산모들도 많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 물어본 결과, 산모들은 실제로 찬 기운을 많이 느끼는 데, 이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후유증이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내 경우, 몸이 너무 많이 차서 독일에 있는 중국인 의사한테 가서 따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3.      출산 직후부터 아기와 함께 하는 산후 조리

자연 분만의 경우에는 출산 후, 3일, 제왕 절개의 경우에는, 출산 후, 7일 입원한다. 한국은 고생한 산모가 잘 자라고 아기를 신생아 실에서 봐주지만, 독일은 출산 직후, 아기와 같은 병실을 쓴다. 대부분 2인실이기에, 산모 2명, 아기 2명이 출산 후 3일을 함께 보낸다. 아기가 밤에 울거나, 힘들면 간호사를 불러서, 아기를 데려가도록 부탁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출산에 장장 6일이나 걸려, 집에 일찍 가고 싶었기에 이튿 날 바로 퇴원했다. (신생아 2차 검사를 출생 36시간 직후에 통과하면, 퇴원할 수 있다. 신생아 2차 검사를 할 병원만 따로 있다면, 출산 즉시 퇴원해도 좋고, 독일에서는 자신의 집이나 혹은 조산사가 운영하는 Geburthaus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많다.)

1.      산후 조리 음식? 독일은 당연히 그런 거 없어요!

독일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한국 만큼 정력에 좋은 음식, 눈에 좋은 음식, 간에 좋은 음식 등 건강과 음식에 집착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반면에, 우리가 보기에 독일인들은 음식은 그냥 죽지 않기 위해 배를 채우는 영양소 쯤으로 생각할 정도로, 음식 문화가 하찮다. 산후 조리에 특별한 음식, 미역국 이런 건 당연히 없다. 이탈리아, 멕시코, 몰도바 등 다른 유럽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우리나라처럼 ‘산후조리’ 전용 음식은 없다고 한다. 

출처: krankenhausse.de 독일 병원 저녁 사진이다. 아침과 저녁은 빵쪼가리에 치즈가 나온다. 아픈 사람한테 어떻게 저런걸 주나 싶지만, 독일 사람들은 이게 좋은가보다. 나의 경우 남편이 미역국을 대령해주었다. 병실 메이트는 카메룬 출신이었는데, 우리 둘 다 이거 먹고 어떻게 젖먹이냐며, 집에서 음식을 손수 해왔다.

그래도 조산사는 하루 따뜻한 세끼가 모유 수유에 좋기에, 이를 권장한다. (독일은 아침, 저녁을 빵, 즉 차가운 음식으로 ‘떼운다.’) 독일 여성들은 어떻게 세 끼나 따뜻하게 먹냐고 기겁하지만 말이다. 만약 친정 어머니가 오실 수 없거나, 남편이 요리를 잘 못한다면, 출산 예정일 2주 전에 미역국 20인분 정도를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기를 강추한다.

 

독일 대학병원 분만실. 유도 분만하느라,분만실에서 5박 6일이나 보냈다. 산모를 위한 짐볼도 있고, 침대 위에서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걷기,쭈그려 앉기,고양이 자세 등 조산사가 직접 알려주고, 출산에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철저한 자연 주의 분만으로 조산사가 일부러 머리를 꺼내거나, 배를 누르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나는 마지막 날, 24시간 진통 후에 기진 맥진해서, 배를 누르거나, 머리로 꺼내주세요 라고 부탁했는데도, 조산사가 "너 혼자 할 수 있어"라며, 그냥 놔두었다.) 출산 이 후에, 대충 수건으로 닦고, 젖을 물려준다. 이 후, 목욕은 배꼽 탯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한다.즉, 출생 후 2주 가량, 아이를안(못)씻겨서,아기 머리에 덕지 덕지 붙은 핏자국을 볼 수 있다. 

4.      산후 조리원 대신 남편과 조산사. 하지만, 친정 어머니, 시어머니는 거절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독일에서는 Wochenbett 으로 산후 조리 개념이 있지만, 우리 나라처럼 “호들갑?”을 떨진 않는다. 독일에서는 남편이 산후 조리를 도맡아 하는데, 이는 출산 이후, 남편도 최소한 2주는 휴가를 쓰는 분위기와 제도 덕택일 것이다. 조산사 (hebamme)는 출산 이 후, 2주 동안 매일 집에 방문해 아기 건강 검진, 모유 수유 지도를 하며, 필요할 경우, 산모의 회음부 상태를 체크한다. 배마사지를 해주고, 골반 회복 운동도 가르쳐준다. 

내 경우에는 한국에서 어머니께서 한 달 동안 오셔서, 산후 조리에 좋은 음식을 잔뜩 해 주셨다. 남편은 육아, 어머니는 음식 등 집안일을 담당하고, 나는 한 달 동안 거의 누워만 있었다. 신생아가 아무리 많이 잔다지만, 첫 아이일 경우 정말 많이 힘들다. 신생아 돌보기가 산모, 친정 어머니, 남편, 어른 세 명 full time job이라고 할 정도로 고생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다른 독일 여성들이 어떻게 남편과 둘이 산후 조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독일 여성들은 대부분 시어머니는 물론이고, 친정 어머니가 집에 상주하며 산후 조리 해주는 거에 손사래를 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나 혼자 할 수 있는데, 괜히 다른 사람 부르기 싫다”라는 거다. 어찌 보면, 전형적 독일 마인드로 자신의 독립된 공간과 생활을 확고히 지킨다. 독일에서는 부모님도 남이라는 거에는 얄짤 없다. 타 지방에 출신 부모들이 베를린에 사는 자식을 보러 오면 자식 방에서 자는 게 아니고, 호텔 방을 잡아서 잔다. 부모님과 일주일 이상 사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 것이 독일 젊은 세대들이다. 친정 어머니께서 한 달 간 우리 집에서 머무른 건, 끝없는 설득과 남편의 엄청난 배려심 덕택이다. 독일 가정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를 돌봐 주었던 조산사 말로는 원래 독일도 옛날에는 할머니나, 친정 엄마가 한 달간 함께 머무르며 산후조리를 해주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머니들이 일을 하기도 하고, 개인주의가 심해져서 이 풍습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한다. 조산사가 덧붙이기를 이 풍습이 없어지며, 독일 산후 조리 음식 문화도 사라졌고, 이에 요즘 산모들은 시켜 먹거나, 빵 쪼가리나 먹는다고 씁쓸해 했다. 이에 반해 아시아 여성들은 친정 엄마들이 독일까지 날라 와서 음식 해주고 가는게 너무나 좋아 보인다고..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친정 엄마의 역할은 “산후 조리원”이 독일에서는 남편과 개인주의가 메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