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에 독일 남자,
라틴 남자, 한국 남자의 연애 방식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책임감이
투철하지만, 가끔은 지루하고, 너무나 솔직하며, 양성 평등 사상이 확실히 박혀,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는 독일 남자들. 아무리 딱딱하고, 차갑다고는 하나, 미인을
얻으려면 간과 쓸개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자다운“ 용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독일 출신 다니엘은 이렇게 답했다. „독일 남자들은 겁쟁이어서, 이성에게 대시하지 못해요, 클럽에서 예쁜 여자가 있으면 빙 둘러 쌓고, 눈 요기하는게 다예요“ 과연 현실 속의 독일 남자들은 어떨까?
뜨거운 정열의 나라인 스페인을 비롯해, 그보다 더 뜨거운 남미, 혹은 그리스, 이탈리아
등 태양이 이글거리는 남쪽 나라 여자들은 독일 남자들에 대해 입을 모아 말한다.
„독일 남자들은 너무나 소극적이야“
„베를린에 온 이후로, 내가 여성적인 매력이 떨어졌는지
남자들이 나한테 말을 안거네?“
„독일 남자들에 대해 하는 말이 있어요, 용감한 남자들은 2차 대전에서 다 죽었다고, ㅎㅎ 그만큼 남자들이 용기가 없어요“
솔직히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에, 독일 남자들이 그렇게 소극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남미, 이탈리아, 스페인 남자들에 비하면 진짜 너무나 소극적이다. 가끔 독일 남자들은 모두다
게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독일에서 여자가 가장 적극적인 도시로 통한다. 클럽에서 대놓고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키스하고, 부비부비 하는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잠시, 스페인어권의
„꼬시기 문화“를 소개하자면, 남미
남자들의 들이댐은 이 방면에서 유명한 이탈리아 남자의 한 1,000배 정도이다.
남미에서 (스페인은 정도가 훨씬 덜 하다.) 여자 혼자, 혹은 여자 여럿이 붙는 청바지, 반바지, 미니
스커트 등 조금만 야하게 입고 나가도, (한국에서는 개나 소나 입는 미니 스커트다. 물론, 서양에서는 가슴보다 다리가 더 야하긴 하지만 말이다.) 뒤에서 남자들이 휘파람을 부르며 따라오는 가하면, 지나갈 때마다, 남자들이 „oye, guapa! Te invito un cafe!“ (어이, 예쁜이, 커피나 한잔 하자!)라고 소리지르기가
일쑤이다.
스페인어권 문화에서는 „꼬시기 문화“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이성에게
던지는 달콤한 사랑의 말을 일컫는 독립된 단어„Piropo“가 존재할 정도이다.
영어로 해석하면 Flirting 정도가 되겠으나, 남미
남자들의 달콤한 말은 때로는 지나치게 성적이기에 catcalling으로도 번역될 수 있겠다. 남미 남자들의 재치있는 Piropo부터 입에 차마 담지 못할 19금 Piropo까지 예를 들어 보자!
„너 엉덩이가 다이아몬드라면, 스페인 경제 위기는 문제도
아닐 텐데“(너 엉덩이가 엄청 크다는 뜻)
„나폴레옹이 그의 용기로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면, 너의
아름다움은 남자들의 마음을 정복하겠어“
„야, 너 엉덩이 정말 예쁘다,
넌 마치 초콜렛 케익 같아, 널 먹어도 될까?“
„너 몸매 너무 좋아, 밤새,
너 몸을 핥고 싶어“
„너 너무 섹시해, 나 물건 엄청 큰데, 너 소리지르게 해줄게, 나랑 하러 가자“
중미 지방의 piropo다. 이해하진 못해도 느낌은 알 수 있다. 성공하는 Piropo와 싸대기맞는 Piropo를 각각 예시로 보여준다.
위 예는 맛보기에 불과할 정도로 이보다 더 야하고, 저질스러운 piropo도 많고, 재치있고,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piropo도 많다. 이 쯤에서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Piropo는 굉장히 마초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다. 여성들은 공공 장소에서 밤낮 없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대상화되며, 많은 경우,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리 수위가 낮고, 달콤한 Piropo라 하더라도, 남성과 동등한 독립된 여성으로서 모르는 남자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듣는 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도대체 내 외모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를 왜 니가 갖고 있느냐는 말이다. 수위가 높은 경우, 여성들은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깨인 여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은 Piropo를 길거리 성폭력으로 빗대며, Piropo 반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심지어 Piropo를 형법으로 규정해 50-1,000로에 달하는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엄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남미는 남성 중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힌 Piropo가 관행으로 굳어져, 조만간 불법화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그나마 남미에서 제일 선진국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도 piropo 반대 법안에 강력히 항의했다. 시장은
„너 엉덩이가 예쁘다는 말보다 더 달콤한 말은 없는데, piropo를
없애는 건 말도 안된다“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1]
어쨌든, piropo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구애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저급한
세레나데 정도인 것이다. Piropo는 남성이 여성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고,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전통적 사회에서나 통할 수 있다. 남성들은 느끼하게, 남자답게, 자신있게 여자에게 대시해야만 남성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Piropo는 일종의 „성인식“같은 관례이자
치레인 것이다.
서론이 너무나 길었다.
이제 독일로 넘어가 보자. 유럽 선진국 치고 독일은 꽤 보수적인 사회로 양성 평등 지수가 비교적
낮긴 하지만, 남미보다는 훨씬 낫다. 하긴,
독일 여자 평균 키가 170cm에 웬만한 남자 못지 않은 떡대를 갖고 있는데, 무서워서라도 길거리에서 말 못 걸수도 있겠다.
남자도 화장을 하는
21세기에, 독일 남성들의 세레나데는 바로 „인터넷“이다. 독일에 와서 제일 신기했던 점은 거리 곳곳에 온라인 데이팅 회사 광고가
넘쳐났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결혼 정보 회사 광고가 득실대지만) 그리고는
독일 커플들의 세 쌍중 한 쌍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는 통계를 보았다. 참고로,
스페인이나 남미에서는 인터넷 구애는 오타쿠나 하는 부끄러운 짓이다. 대낮 한복판에서도 구애하는
남자들인데, 인터넷에 들어가서, 설문지를 채우고, 쪽지를 보내는 건, 정말 쪽팔린 짓이다.
가장 많이 광고를 때리는 회사는 Parship과 Elitepartner로 과연 독일 커플 사이트는 어떤지 한
번 들어가 보았다.
parship에서는 11분마다 커플이 성사된다고 한다.
등록과 동시에, 커플
성사 확률을 높이기 위해, 20분 가량, 개인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성적 취향 (이성애, 동성애)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는 이성 관계에서 중요시하는 점, 가치, 그리고 성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몇몇 예를 들자면
- 애인을 만나고 싶은 이유는? 1. 애인이 있으면 안정적이니까 2. 애인이랑 같이 놀고 싶어서 3. 성적 생활의 만족을 위해
- 애인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1. 외모 2. 직업 3. 성격 ..
- 당신의 바람기는? 1. 바람은 절대 안된다 ~ 4. 어떻게 바람 안피고 사람이 사냐?
등등 뭔가 심리학적 연구에 기반한 과학적인 느낌이
드는 질문들이다. 한국처럼 직업, 키, 외모, 학력, 부모님 재산 등등에 대한 물질적 질문은 없다. 물론, 독일에서도 당연히 예쁘고, 잘생기고, 돈 많으면 인기가 많다. 커플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 나이와 사진일
것이다. (Elitepartner는 대놓고 대졸 이상?의 교육받은 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졸업장을 증거로 요구하지도 않고, 직업을 명시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나면
사진을 올리고, 웹사이트가 알아서 잘 맞을 것 같은 회원들을 추천해주고, 남성, 여성, 동성, 이성 등 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학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인터넷 사이트의 유행이
구애 과정에서 전통적 성 역할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에서 아름다운 여성에게 번호를 물었다가 까이는
창피함에 비하면, 인터넷에서 쪽지를 보내는 일은 손만 까딱하면 되는 일이다. 마초
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고, 이러한 창피함도 느끼고 싶지 않은 남성들은 인터넷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여자들도 눈치 안보고 맘에 드는 남자들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연락하느냐의 눈치 싸움도 없다. 독일 사람들도 실제로 이에 동의한다. 실제로 많은 독일 여성들은 거리낌없이 맘에 드는 남성을 고를 수 있다는 데에서 인터넷 커플 사이트에 환호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 만남은 아직 떳떳한 자랑스러운 만남이 아닐 뿐더러,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전통적 성역할이 사라지는 과도기이기에, 몇몇 여성들은 남성다움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 만남은 아직 떳떳한 자랑스러운 만남이 아닐 뿐더러,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전통적 성역할이 사라지는 과도기이기에, 몇몇 여성들은 남성다움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
독일 여성 A씨: 사이트가 추천해주는 파트너 후보가 맘에 들어서 연락했고, 우리는 보자 마자
사랑에 빠졌죠.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서 첫 만남에서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근한 느낌이었어요.
독일 남성 F씨: 10대 때, 여자들한테 다가갔다가 마초라느니, 성차별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마 처음 여자한테 용기내서 말 걸었던 때여서, 그 이 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먼저 작업을 못 걸었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다들 공식적으로 애인 구하는 사람들이니 다가가기도 쉽고요.
독일 여성 P씨: 맘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고, 먼저 연락하는게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요. 베를린에서는 실생활에서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대시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저는 좀 소심해서요..
독일 남성 F씨: 10대 때, 여자들한테 다가갔다가 마초라느니, 성차별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마 처음 여자한테 용기내서 말 걸었던 때여서, 그 이 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먼저 작업을 못 걸었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다들 공식적으로 애인 구하는 사람들이니 다가가기도 쉽고요.
독일 여성 P씨: 맘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고, 먼저 연락하는게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요. 베를린에서는 실생활에서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대시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저는 좀 소심해서요..
러시아 출신 독일 여성 C씨: 독일에 6살 때 왔지만, 독일 남자보다는 러시아 남자가 더 좋아요. 러시아 남자들은 문도 열어주고, 추울 때 옷도 건네주고, 식사도 대접할 줄 아는데,
독일 남자는 여자를 여자로 대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물론, 독일
여자들이 이에 한 몫 했죠. 식사 대접하거나, 문 열어 주면, 몇몇 여자들은 화내니까요.
독일 여성 K씨: 독일 남자는 정말 너무 재미없어요. 여자한테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여자를 꼬시는지, 여자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은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아무리 예쁘게 차려 입고 술집에 가도, 아무도 말을 안 걸어줘요.
독일 여성 G씨: 엄청 예쁜 여자인 친구도 남자들이 대시를 안해와서 결국 인터넷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독일 남자 R씨: 독일 남자들이 지루하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독일 남자들을 지루하게 만든 건 바로 독일 여자들이죠. 뭐만
하면, 양성 평등 얘기를 꺼내니, 독일 남자들도 먼저 행동을 취하기가
겁나고, 소심해지는 거예요. 마초가 되기는 싫으니까요.
몬테 네그로 출신 독일 남성 V씨: 이탈리아 인들이 여자를 잘 꼬신다고요? 다
우리한테 배운 거예요. 몬테 네그로 사람들이 더 뜨거운 피를 지녔죠…….. 지난
번엔 클럽에 가서, 재미있으려고, 여자들한테 농담 좀 했는데, 여자들이 너무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그냥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졸지에 마초 취급을 당했죠. „예쁘다“라는
말에도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니, 말을 걸 수조차 없어요. 여기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도대체 독일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문화의 구애 방식이 더 좋고, 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지금 독일에 거주하는 외로운 영혼이라면, 지금
당장 구애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