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세계 1,2 차 대전 전범 국가로서, 인종 차별주의에 기반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함은 물론, 수 많은 난민을
발생시켰고, 패전 이후, 많은 수의 독일 국민 역시 난민
처지로 몰락하기도 했다. 이에 책임감과 동정심을 느낀 독일은 제네바 난민 협약 가입국임은 물론, 난민 권리를 독일 국가 기본법(Grundgesetz 16조)에서 보장함으로써, 난민권을 국제법이 아닌 국내법으로 보장한 전 세계
유일한 국가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대거 난민이 발생하자, 통 큰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출신 난민의 경우, 독일 국경에 도달하는 모든 이에게 난민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시리아 난민들과 세계 시민들은 이러한 인본주의적 움직임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통적으로 난민에 우호적이며, 인본주의적 가치를 지닌 독일 대다수의
시민들 역시 두 팔 벌려 난민들을 환호했고, 난민 수용이야말로 경제도 부흥시키고, 난민도 살리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장밋빛 희망론이
우세했다. 물론, 모두가 난민 수용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난민 수용 이전부터 반무슬림 정서가 팽배했고, 특히 이 중심에는
“여성 억압”이 가장 큰 화두였다. 히잡, 부르카, (대부분
무슬림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혼전 순결 풍습으로 대변되는 비교적 가벼운 문화적 이슈부터 명예 살인(결혼 전 처녀성을 잃을 경우, 집안의 명예를 더럽힌 것으로 간주 아버지나
남자 형제가 여성 가족원을 살인하는 행위), 미성년자 강제 결혼 등 절대적 범죄에 이르기까지 (실제 몇몇 무슬림 국가에서는 미성년자 강제 결혼 –특히 사촌간-이 통상적이다.) 여성 관련 주제는 자극적이며, 섹슈얼하기에 언론에서 잘 팔려 나갔으며, 극우 정당 역시 우리네
독일 여성을 보호하자는 슬로건 아래 반난민 운동을 펼쳤다. 2016년
1월 일어난 대규모 난민 신청자 성추행 사건은 반난민 극우 포퓰리즘에 날개를 달아주었으며, 심지어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었던 일부 시민들 역시 난민 우호 정책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 게다가, 대규모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 중 시리아 난민은 거의 없었으나, 대부분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출신 청년 난민 신청자로 이로 인해 무슬림 난민은 여성 억압적이라는 이미지가
더욱더 확고해지기도 했다.
이에, 난민 수용에 우호적인 좌파는 이를 인종 차별주의적 행위로 규정하였고, “모든 무슬림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무슬림 내의 다양성을
주장하였고, 무슬림의 여성 차별, 억압적 이미지는 언론이
만들어 낸 인종 차별적 선입견임을 설파했다. 난민들의 성 범죄율이 내국인에 비해 높지 않다는 객관적
자료 역시 이를 입증했다. 실제로, 여성 억압적, 가부장적 문화는 무슬림 만의 문화가 아니며, 남미나 아시아 권에도
깊이 뿌리 내린 문제이며, 같은 무슬림 권이라고 해도 국가에 따라, 그리고
도시나 농촌 등 지역에 따라 정도가 달랐다.
하지만, 너무나 나이브했던 걸까, 아니면
인종 차별주의에 지나치게 절대적 거부감을 가졌던 걸까? 혹은 좌파는 날로 악화되는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난민 수용의 정당성과 설득력을 잃지 않기 위해, 실제
무슬림 권의 여성 억압적, 가부장적 문화나 풍습, 그리고
이로 인한 독일 문화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일절 함구하거나, 무시할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인종 차별주의와 다름 없고, 또한 극우파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일부 좌파들은 서양 문화권 역시 여성 업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며, 무슬림 문화권의 여성 억압 문제의 심각성에 물을 타기도 했으며, 문화적 상대성을 근거로 이를 덮으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보수적, 전통적인
무슬림 문화권과 여성 해방의 선두를 달리는 독일 문화와의 차이는 좌파가 믿고 싶었던 것 보다 훨씬 더 컸다.
2013년 Pew poll of Muslim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튀니지와 모로코인의 90프로 이상이 부인은 언제나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라크와
요르단 무슬림의 22프로만이 여성이 이혼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1]필자
경험상으로도, 난민 수용소 내에서 친족 간 미성년자 강제 결혼은 드물지만, 간간히 일어나고 있고, 여성 무슬림의 경우, 많은 경우 아버지나, 남자 형제를 대동하지 않고서는 외출도 불가능하였다. 시리아의 수도 출신 무슬림 친구 역시 히잡을 쓰지 않고 시리아 시골로 놀러가서 창녀 취급을 당하고, 위협적 성추행을 당해, 자신도 보수적 무슬림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 놀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를 무슬림만의 문화라고 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전근대, 농촌 사회의 문화라고 보는 것이 더 마땅하기도 하다. 게다가 도시 출신의 교육받은 무슬림들은 유럽인들 만큼이나 양성 평등 가치를 옹호했다. 허나, 여성 억압 문화의 배경, 이유가
어찌 됐건, 1백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의 문화와 사고 방식은 때때로 독일 사회의 중심 가치와 충돌했고, 이 때마다 독일 사회 내부의 갈등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이러던 중, 좌파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한 호소문이 등장했다. (독일에서는 정치적 사상이나 가치를 주제로 한 파티가 많이 열린다.) 이
클럽은 난민 환영을 모토로 삼아 원래 입장료는 10유로이지만, 난민에게는 50센트로 입장료 파격 할인을 해주었고, 당연히 수 많은 난민들이
클럽을 찾았다. 좌파 클럽 운영진들은 난민 환영의 따뜻한 제스쳐만으로 난민들 역시 독일 사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쉽게 독일 사회에 적응하리라 믿었으나, 이는 운영진이
인정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었다.
난민 파티 때마다 성추행과 소매치기가 일어나기 일쑤였으며, 난민들과
클럽 안전 요원 간의 몸싸움은 도를 넘어 경찰 역시 빈번히 출동해야만 했다. 여기에 더해, 몇몇 클럽 방문객들은 섣부른 반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해 도넘은 난민의 행동을 저지하는 클럽 운영진을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욕하기도 하였다. 결국, 클럽 운영진은 이 문제가 난민 출신
몇몇 국가의 가부장적, 권위적 문화와 독일의 자유 문화의 충돌임을 인정하였고, 인종 차별적 논조 없이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구할 수 없음을 고백했다.
더불어, 일부 좌파 입장객에도 맹목적 반 인종차별에 빠져,
난민들의 여성 억압적 행동을 문화적 차이로 정당화하고 눈 감아주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FAZ 기사 발췌
라우라(30): 여기 올 때마다, 독일어를 못하는 남자들이 자꾸 괴롭히죠. 가만해서는 안떠나가는 끈질긴 남자들이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죠?.... 여기 남자들은 대부분 가부장적 사회에서 온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로, 일단 독일 상황에 적응부터 해야하니까요..
이 글이 나오자마자 독일 우파, 및 극우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좌파의 순진함을 비웃으며, 인종 차별주의자 아닌 고상한 척하다니, 좌파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다. 좌파의 이번 고해
성사는 극우파들의 “무슬림 난민들은 다 그래, 우리 사회의
가치를 몰락 시키고 말거야, 그러니까 난민 수용 반대”라는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독일 (극)우파의 논리는 난민들의 문화, 풍습,
행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는데, 이 역시 명백한 오류이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이민자들은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했으며, 이민자 문화와 기존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다만, 숙지해야할 것은 난민이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가는 난민만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난민과 독일 사회의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모든 난민이 쉽게 동화되리라는 근거 없는 환상 역시 버려야 한다. 오히려, 새로운 문화와 종교,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은 엄청난
관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난민이
독일 사회에 해가 될지, 이득이 될지는 독일 사회에 달렸다. 1백만명의
무슬림 난민이 독일로 들어온 이상, 독일 문화도 변화할 수 밖에 없으며, 변화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새로운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이제껏 의심의 여지가 없고, 당연했던 가치에 대한
끊임없이 문제 제기되고, 이는 또 다른 독일 사회의 양분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내에서의 무슬림 장신구 착용을 허용할 것인지, 히잡을 넘어 부르카 역시 허용할 것인지, 독일 입국 이전에 성립된
미성년자 결혼(독일 밤베르그 법원은 최근 시리아에서 성립된 14세
시리아 여성과 21세 사촌 남성과의 결혼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 청소년
보호 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의 동거와 결혼 생활을 허락했다.)과
일부 다처제 결혼을 독일에서 인정할 것인지, 무슬림 학생들의 성교육과 수영 수업 결석 현상에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등이 그 예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종교적 자유와 문화적 상대성으로 용인될 수 있는 관용의 범위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지켜야만
하는 독일의 절대적 가치 범위를 구분하고, 이에 대한 난민과 독일 사회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이는 무슬림인들이 독일 사회에서 타자화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또한 독일의 핵심 가치인 문화적 다양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인 것이다.
이에, 좌파 클럽의 호소문은 오히려 난민, 이민자 수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되, 이것이 수정되거나, 변화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인종차별을 지양하는 동시에 모두가 동의하는
독일의 절대적 가치를 설득하는 것. 쉽지는 않지만, 해결해야할
우리의 숙제이다.
좌파 클럽 운영진의 편지 발췌 해석
“실패로
돌아간 난민 환영 문화와 성추행 방지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 시도에 대한 라이프치히 문화 센터, Conne
Island의 입장, 일보 전진 이보 후퇴..
함께 파티하며, 젊은 난민들의 적응(integration)을 도모하고자 하는 계획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나이브한 발상임이 드러났습니다. 파티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여러 언어로 적은 포스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행동과 술, 약, 시끄러운 음악, 어두운
클럽 분위기 속에서 신나는 댄스 파티를 기대했던 여성들은 집요한 성추행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는 자기 방어에 능하고, 남자보다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언어 장벽과 정당성 없는 인종 차별 주의자라는 딱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민자들을 대하는 안전 요원은 종종 위험에 빠졌고, 이로 인해 파티에서의 갈등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졌습니다. 안전 요원에 대한 신체적 폭력이 도를 넘어 경찰이 출동하는 수도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맞서, 난민 환영 파티를 잠시 중단할까도 생각했으나, 우리 클럽에서는 섹시즘, 반 동성애, 인종차별주의, 반 유대인적 행동에 맞서 싸워야 하며, 이러한 행동이 난민 출신국의 사회화(socialization)을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음을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이중 잣대 역시 수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난민 환영 파티를 주도하는 여러 클럽 운영진들은 몇몇 파티 참가객의 섣부른 반 인종차별주의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맹목적 반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이민자 파티객이 클럽에서 추방당할 때면 운영진을 욕하기도 하였고, 문화적 상대성으로 성추행 범죄의 심각성에 물을 타기도 하였습니다. (이민자가 여성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어떻게 알겠어?)
이러한 문제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AfD와 CDU/CSU의 인종차별주의적 입장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클럽의 상황은 점점 심해져만 갔고, 여성들과 운영진들에게 더욱더 큰 짐이 되었습니다. 좌파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 하는것은 진작에 했어야 했고, 이 토론의 의미를 극우 포퓰리스트들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주의적 논조를 띄지 않고서는 이에 대한 공식적 토론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클럽 운영진의 호소문, 언론 및 좌파들의 반응은 난민 연대와 우파 목소리에 반하는 것, 동시에 난민 환영이라는 구호가 모든 문제와 갈등을 자동적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성추행,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 혹은 다른 차별적 행동이 Conne Island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며, 이 규범을 지키지 않는 자는 출신국에 상관 없이 모두 클럽에서 추방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가치를 25년동안 지켜왔고, 지금처럼 악조건에서도 계속 지켜나갈 것입니다.
[1] http://www.economist.com/news/leaders/21688397-absorb-newcomers-peacefully-europe-must-insist-they-respect-values-such-tolerance-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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