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고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물리치료사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독일 독일한 독일인으로 영어도 거의 못하고,
니하오가 중국어 인사말인지도 모르는 순도
100%, 국제화 0%의 독일인이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정말 다양한 국가 출신 친구가 많기에,
이런 사람과 이야기하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치료 중에 어쩌다가 내 피부색과 키에 대해 말을 시작하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키가
152cm이고, 까무 잡잡한데다가 일광욕 마니아라 여름엔 더 더 시커멓다.)
“나 동아시아인 중에서도 피부 엄청 까만 편이고, 한국인 중에서 거의 제일 작은 편이야.”
“(놀라며) 정말? 말도 안돼. 난 사람들이 다 너처럼 까맣고, 다 키도 작은 줄 알았어.”
이 분이 워낙 독일 밖 세상에 무지하기에 이런 발언이 인종 차별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나는 이어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 반대 캠페인 카툰을 그릴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시아 인들에 대해 인종 차별이 있다고 말도 안돼!!”
“넌 백인 남자라 날 이해할 수 없어. 베를린이야 덜하지만,
다른 데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칭창총하고,
니하오하고, 눈 찢는 행위하고 그래”
“칭창총? 니하오 그게 뭐야? … (이어서) 아시아 사람들한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여기 독일에 있다고? 말도 안돼!!!! 독일 사람들 아시아 사람들 엄청 좋아해.
그리고, 나부터도 터키나 무슬림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터키, 무슬림 인종 차별은 이해해도, 아시아 인종 차별은 정말 처음 들어봐! 아시아 사람들은 문제도 안 일으키고,
독일에 적응 잘 하잖아.”
바로 이게 아시아인 인종 차별 인식에 관한 독일 현 주소이다. 아시아 인은 그냥 독일 사회에서 존재감이 아예 없다.
아시아 사람들이 수적으로도 적을 뿐더러,
무슬림 혐오 감정에 가려져 아시아인 인종 차별은 문제화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아시아 인에 대한 긍정적 고정 관념으로 인해 아시아인 인종 차별은 독일 사람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말이다. 취업 시에도 아시아 사람이면 “우리 회사 와서도 야근 잘 하겠지, 수학 잘하겠지, 분석적 능력이 뛰어날 거야”이런 고정 관념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시아 인의 정체성 부재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아시아 인에 관한 인종 차별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인들끼리 서로 뭉치고, 단합해 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에 아시아 인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순종적인,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웃 사이더 쯤으로 취급된다. 이 쯤 되면, 칭창총 거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칭창총이 인사말인 줄 알고 반가움에 그러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아직 아시아인 인종 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해서, 독일 사람들이 무슬림만 혐오한다고 해서 우리들은 안심해도 될까? 나는 무슬림 혐오나 아시아 인의 아웃 사이더 취급이나 모두 외국인 혐오 감정 혹은 외국인 타자화 감정이 짙게 깔려 있다고 본다. 너는 독일 인이 아니고, 외국인이며, 여기서 태어났든 말든,
오래 살았든 말든 어쨌든 이방인이라는 메시지이다. 무슬림 혐오 감정은 역사적 사건들로 인한 불행한 우연일 뿐, 아시아 인 역시 언제든 이러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무슬림들이 재수 없게도 언제나 존재하던 외국인 혐오를 독박으로 뒤집어 쓴 거다.
독일 경제가 파탄나고, 독일 사람들이 그 파탄의 책임을 인도나 중국의 성장으로 본다면, 분명 우리도 그 혐오 감정에서 절대 안전할 수 없다. 이에 나는 이유와 대상을 불문하고,
모든 외국인 혐오에 반대한다. 한국 내에서의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에서 아시아 인이든 동아시아 인이든 건강한 정체성이 확립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인의 인종 차별은 분명히 있고,
아시아 인들은 분노하지만, 분노는 함께 살기에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인은 너무 적으니, 아시아 인들끼리 뭉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방인이 아닌 독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를 받아줄 때까지 꾸준히 우리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겠지!!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파이팅이다!!
모든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삶을 응원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좋아요 : )
답글삭제칭창총에 대해서는 덕분에 알아봤네요. 처음 들었거든요.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보고 블로그를 알게 됐어요. 생각의 틀이 마음에 듭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삶 살아가요 우리 ; )
저도 칭창송? 이나 눈찢는 행위는 한국에서 들은 얘기만 무성하지 실제로 경험은 못해봤는데 내년 1월 2일부터는 매일 경험하겠네요.ㅋㅋ
답글삭제그래도 매일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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