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그리고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전선 (FN)의 활약, 이러한 굵직 굵직한 정치적 이변 뒤에는 국경을 거스른 커다란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이민자” 문제이다.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어느 새 이민자의 국가가 되어 버렸다. 참고로, 룩셈부르그는 인구 대비 이민자 수가 유럽 내 1위로, 이민자 비율이 30%가 넘으며, 타 유럽 국가 역시 그 비율이 10-20%에 이른다. [1]
유럽 이민의 역사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유럽 국가들은 이민자 구성과 관련 정책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되었다. 전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식민지 지배 역사와 전후 복구 및 경제 성장을 통한 구 식민지 출신 이주 노동자 그리고 방문 노동자(Guest workers)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이민 정책을 펼치던 유럽 국가들은 1970년 오일 쇼크로 말미암은 경제 침체를 겪고, 급작스럽게 이민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허나, 대부분 유럽 국가는 내국인과 같이 외국인에게도 “가족 상봉”이란 기본적 인권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이민자들은 고국에 남겨진 직계 가족들을 유럽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90년대 코소보 전쟁 발발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가족 이민이 주를 이루었다. (아직도 가족 이민자 수는 이민자 구성 비율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후,
2000년대 들어서는 EU 내 이민자 숫자가,
최근 들어서는 시리아 및 중동 국가 출신의 난민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토착민 내국민과 이민자의 동등한 권리 부여
가족이민과 난민 수용, 그 대표적 예
자유와 평등을 핵심 가치로 삼은 유럽은 법치주의를 통해 외국인인 이민자들에게도 내국민과 동등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부여하였다.
[2]유럽연합과 유럽 사법 주체들은 일련의 판결을 통해 이러한 법적인 이상을 현실화시켰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족 이민”과 “난민 수용”이다. 가족 이민과 난민은 현재 저교육, 저숙련 노동자가 유럽에 이민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창구로 복지 국가에 부담이 되기에 우파들은 이러한 권리의 제한 혹은 박탈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연합은 법적으로 이민자의 “가족 이민” 권리를 보장한 바, 유럽 사법부는 몇몇 국가들의 가족 이민 제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3]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난민 신청 권리를 국내법에 보장한 독일은 정식적 난민 지위를 부여 받지 않은 난민 신청자에게도 독일 내국민과 거의 동등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4]
(독일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적 삶을 살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데, 이는 주거비+생활비 400유로+의료 보험+통신비+직업 훈련비 등이 포함된다. 난민 신청자 역시 이와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난민 인정 후에는 완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영구 정착을 금지하는 정주화 금지 원칙에 따라 외국인의 한국 국적 취득이 사실상 어려우며,
공식적으로 가족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5]이를 감안하면,
유럽의 가족 이민 허용 제도는 굉장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난민 신청자 및 난민 대우가 박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유럽 연합 내 이민 이유. 여성의 경우 가족 이민이 대다수이며, 남성의 경우도 1위 원인을 차지한다.현재는 난민이 이민자 1위를 차지한다. |
다문화주의를 통한 이민자의 문화적 통합
복지 혜택을 통한 이민자의 사회, 경제적 통합
유럽의 이민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다문화주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위 국가 5개 중에서도 프랑스를 제외한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은 이민자의 문화적 통합을 위해 공식적으로 다문화주의를 채택했다.
다문화주의는 그 정의가 굉장히 다양하나,
정부 정책상 다문화주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주류 토착 문화와 동등하게 인정 혹은 더 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을 독려함을 의미하며, 이중 언어 교육, 종교적 의복 착용 허용 등이 그 구체적 예이다.
[6]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이민자들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그들의 문화를 동등하게 인정해야 함을 설파하고,
이를 위해 다문화주의를 적극 장려했다.
네덜란드는 공식적으로 다문화, 다민족 사회임을 천명했으며, 스웨덴의 경우 이민자뿐만 아니라 토착민 역시 새로운 다문화 사회에 적응할 것을 종용했다. 다문화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소수 인종 혹은 이민자 집단의 정치적 단체 결성을 후원, 독려해 이민자들이 집단 별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유럽이 다문화주의 채택을 통해 문화적으로 이민자들을 껴안으려 했다면, 경제, 사회적으로는 복지 정책을 통해 이민자들의 적응을 도왔다. 특히 방문 노동자와 난민들의 경우 저학력,
저소득 계층이 많았기에 이들을 위한 특별 지원금도 있어 몇몇 경우에는 이민자들의 복지 혜택이 토착민의 그것보다 더 후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민자 및 그 2,3세대의 낮은 취업률과 학업율로 유럽 국가는 그간 이민자 통합 정책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연 이은 경제위기와 이슬람 근본주의 등 문화적 충돌로 이민자 문제는 정치화되기 이르며,
유럽 국가들은 결국 다문화주의에서 동화주의로 선회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민자의 실업률이 토착민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는 복지 국가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
이민자 통합 실패, 정부 정책 문제 아닐 수도
법과 현실의 괴리와 이민자들의 소외
그렇다면 도대체 유럽 국가는 왜 이민자 통합에 실패한 것인가?
학자들은 국가마다 각기 다른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꼽으며,
지나친 동화주의,
지나친 다문화주의,
이민자 통합 정책의 부재, 이민자의 참정권 부재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일찍이 이민자들에게 참정권, 후한 복지 혜택,
다문화주의를 통한 동등한 문화적 입지까지 마련해, 완벽에 가까운 이민자 통합 정책을 폈던 스웨덴 역시 이민자 문제에서는 예외가 아님을 감안하면, 문제는 국가 정책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몇몇 학자들은 정책적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유럽 국가의 많은 이민자들, 특히 이민 2,3세대는 토착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믿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2등 국민 취급을 받으며, 온갖 차별과 하대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법적으로는 동등하나 이민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인종 차별과 주류 사회로의 진입 장벽은 엄청나다. 프랑스에서는 아랍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서류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빈번하고,[7]
혹은 프랑스식 이름으로 바꿔서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스웨덴은 취업 시 개인적 인맥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이민자의 취업이 극도로 어렵다.[8]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의 재량으로 대학 진학 여부가 결정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이민자 가정 학생들은 대학 진학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을 휩쓰는 극우 포퓰리즘, 반 외국인 및 반 무슬림 감정은 이민자들을 주류 사회에서 몰아내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도 아닌 독일의 기민당(CDU) 출신 내무부 장관은 “독일은 부르카가 아니라”며 이민자들이 독일 주류 문화(Leitkultur)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무슬림 이민자들을 겨냥한 의도가 다분한 이 글은 또 다시 무슬림 이민자들을 타자화 시켰다. 이민자 문제가 정치화되는 한, 이민자들에게 자유와 평등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미사여구로 들릴 뿐이다.
초고령 저출산 사회, 급한대로 최선의 해결책인 이민
이민자, 유럽 복지 국가 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
그렇다면, 과연 유럽의 이민자 통합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이민자 수용은 유럽 사회에 백해무익한 것인가? 이에 대한 논란은 뜨거우나, 우리는 Bonin 박사의 논문 <이민자의 독일 재정 기여>( Der Beitrag von
Ausländern und künftiger Zuwanderung zum deutschen Staatshaushalt) 논문을 참고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후 방문 노동자(Guest
workers)의 노동력은 독일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었으며, 방문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저교육,
저숙련 노동자층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고령화 저출산 독일 사회에서 연금을 비롯한 사회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민자 숫자가 많을 수록 노인 1인당 피부양 인구 수가 늘어나기에, 개인의 연금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2012년 시점을 기준으로 독일 거주 외국인 1인당 독일 정부에 3,300유로를 벌어 주었으며,
추후 이민자의 교육 수준이 나아질 경우, 재정 기여가 더 클 것을 근거로 들어, 외국인들이 결국 독일 재정을 축내는 것이 아닌 살 찌운다고 결론 내린다.
또한, 통계적 자료들은 이민자들의 후 세대일수록,
이민 후 거주 기간이 길수록 실업률과 학업에서 토착민과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에게 이민자 수용은 사실상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유럽 연합의 폴란드, 헝가리 등 저소득 동유럽 국가로의 확장은 안보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젊은 노동력 확보를 위한 유럽의 경제적 계산이기도 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세 국가 모두 이민 2세대의 학업율이 1세대보다 더 좋다. |
저숙련, 저교육층 이민자,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
법치 민주주의 원칙으로 받아들인 이민자, 반 이민 감정 불러일으켜 오히려 민주주의 위협
이러한 맥락에서, 국적과 종교를 불문하고 자유와 평등을 보장한 서구의 개방적 민주주의 사회에게 이민자 수용은 큰 딜레마이기도 하다. 복지 국가 유지를 위해 고학력 혹은 전문직 인력 유입이 시급하지만, 유럽의 가장 큰 이민자 그룹인 가족 이민과 난민은 비교적 저학력, 저숙련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기에, 적어도 이민 1세대는 복지 국가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된다. 하지만 가족 이민과 난민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한, 유럽 헌법의 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9]유럽 국가들은 학력이나 직업을 기준으로 이들을 차별할 수도 없기에, 저교육층에 실업자여도 문전 박대할 수 없다.
게다가 민주주의 유럽 시스템에서 토착민이 다수인 유권자의 권리는 이민자의 권리만큼 혹은 더욱더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유권자들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거나 임금을 낮춘다고 느끼고 이민자 통제에 찬성표를 던진다.
무슬림 근본주의 테러리즘으로 인한 무슬림 혐오 감정은 말할 것도 없다.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이민자 문제는 오히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메르켈의 난민 수용에 반대해 메르켈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독일 대안당인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했으며,
영국은 국경 통제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성화에 유럽 탈퇴 결정을 내렸다.
몇몇 학자들은 반이민자 혹은 외국인 혐오 감정의 원인이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이 아닌 이민자 문제의 정치화(특히 언론의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보도)라고 주장한다.[10]
하지만, 원인이 어찌됐든 외국인 혐오 감정은 사회를 양분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한다.
독일에서2014년 극우주의자에 의한 난민 수용소 방화 사건은 247건이었으며,[11]
난민 무차별 테러 사건으로 무고한 난민들이 희생되기도 하였다.
반대로, 외국인 혐오 감정으로 궁지에 몰린 무슬림 청소년들은 무슬림 근본주의에 가담, 테러 위협이 되고 있다.[12]
저출산 고령화 앞에 이민은 유럽 국가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딜레마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토착민과 이민자,
양자를 위한 복지 국가와 법치 민주주의 국가는 적어도 쉽지는 않은 과제임이 분명하다.
[1]
https://epthinktank.eu/2013/07/09/migration-in-the-eu/
[2]
Migration und Demokratie
[3]
https://ec.europa.eu/home-affairs/what-we-do/policies/legal-migration/family-reunification_en
(1) Politisch Verfolgte genießen Asylrecht.
(2) Auf Absatz 1 kann sich nicht berufen, wer aus
einem Mitgliedstaat der Europäischen Gemeinschaften oder aus einem anderen
Drittstaat einreist, in dem die Anwendung des Abkommens über die Rechtsstellung
der Flüchtlinge und der Konvention zum Schutze der Menschenrechte und
Grundfreiheiten sichergestellt ist. Die Staaten außerhalb der Europäischen Gemeinschaften, auf die die
Voraussetzungen des Satzes 1 zutreffen, werden durch Gesetz, das der Zustimmung
des Bundesrates bedarf, bestimmt. In den Fällen des Satzes 1 können
aufenthaltsbeendende Maßnahmen unabhängig von einem hiergegen eingelegten
Rechtsbehelf vollzogen werden.
[6]
Migration & immigration in Europe
[7]
http://news.bbc.co.uk/2/hi/europe/4399748.stm
[8]
http://www.economist.com/news/finance-economics/21709511-too-few-refugees-not-too-many-are-working-europe-refugees-sweden-are
[9]
Article 21
Non-discrimination
1. Any discrimination based on any ground such as sex,
race, colour, ethnic or social origin,
genetic features, language, religion or belief,
political or any other opinion, membership of a national
minority, property, birth, disability, age or sexual
orientation shall be prohibited.
2. Within the scope of application of the Treaties and
without prejudice to any of their specific
provisions, any discrimination on grounds of
nationality shall be prohibited.
[10]
Open borders and international migration policy
[11]
http://www.economist.com/news/finance-economics/21709511-too-few-refugees-not-too-many-are-working-europe-refugees-sweden-are
[12]
http://www.huffingtonpost.com/akbar-ahmed/why-are-european-muslims-_b_61753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