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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1일 화요일

편견과 문화 사이, 위험한 줄타기

에필로그가 블로그의 성격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웠던 듯 하다. 그래도 왠지 인터넷에서 누구도 그 글을 정독한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블로그의 주된 내용은 한국인으로서 독일 생활, 혹은 다문화 생활이 될 듯 하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독일의 삶, 혹은 메트로폴리탄 도시의 삶, 다국적 부부 자녀들, 이민자들의 삶. 내가 사는 도시인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도 가장 국제적인 도시이다. 52%프로만이 독일인이고, 나머지 48%시민은 외국인/이민 2세이다.

사회, 문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나는 문화 평론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인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간판 학위에 불과하다. 시험공부한다고 고전 하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 때 공부 좀 더할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공부 타입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문화´는 사실 너무 범위가 넓은 것이고, 공식화 할 수 없는 사람사는 일상이기 때문에, 내가 이게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도 웃긴 것 같다. 나의 경험, 일상은 나의 지극히 주관적 관점이고, 이것을 ´독일 문화´, ´터키 문화´, ´남미 문화´라고 정의 혹은 명명하기가 너무나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한 집안 두 자식들도 싸워서 치고 받고, 한국 내에서도 경상도 다르고 전라도 다른데, 내가 어찌 내 경험에 비추어 이걸 ´문화´라고 명명하겠는가. 그냥 나의 일상의 일기장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물론, 같은 언어와 지형,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기에 패턴을 그릴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오히려 편견을 재생산할까봐 많이 두렵기도 하다. 살다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말 처럼 편견이 어느 정도 맞기는 하고, 편견의 타당한 이유가 있기도 하다. 나는 편견과 문화 사이, 위험한 줄타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 인문학을 전공하여 비록 비까뻔쩍한 직장은 얻지 못했으나 철판을 깔고 다양한 언어로 나불나불 댈 수 있는 뻔뻔함은 배운 것 같다. 스페인어를 전공하여 남미에 1년 정도 있었고, 바게뜨 빵 하나 먹어가며 버틴 배낭 여행, 문법을 철저히 파괴한 실전 독일어 실력은 내가 타 문화에 깊숙히 침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되어주었다.

외국어 잘해봐야 먹고 살수는 있겠지만, 외국어만 잘한다고 떼돈을 벌지는 못한다. 특히, 경제, 경영에 눈꼽만큼도 없기에 한 때는 부정하고 싶었던 글쓰는 일개미의 운명을 이제는 받아들이려 한다. 내 지금 치닥거리하며 사노비로 살고 있으나, 외국어와 문화 경험은 나의 삶에 색깔과 맛을 더해주었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한국어, 각각의 언어를 할 때마다 나의 몸짓, 표정, 생각, 태도가 바뀐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순 토종이지만, 가끔 이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헷갈린다. 국적은 한국이고 한국인이지만, 내가 어느 사회에 더 맞는 사람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나는 일단 나를 Koreanerin mit latin Seele, coreana con corazon latino라고 소개한다. 일은 죽도록 하기 싫고, 내 생활에 불만도 많지만, 그 때마다 나 자신을 바꿔가며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충전하곤 한다.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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